정원(貞元)
정원(貞元)은 『적천수』 총 64개 장의 마지막 장이다. 이는 『주역(周易)』에서 64괘의 끝에 기제(旣濟䷾)와 미제(未濟䷿)를 두어 경계하고 삼가함을 밝혀 왕도(王道)를 온전히 하려고 한 것과 통한다.
“조화는 원(元)에서 시작하여 정(貞)에서 멈추며, 다시 정(貞)과 원(元)이 회합을 시작하여 대(代)를 잇는 기틀을 잉태하는 것이다.”
造化起於元, 亦止於貞. 再肇貞元之會, 胚胎嗣續之機.
삼원(三元)에는 모두 정(貞)과 원(元)이 있으니 팔자(八字)로써 본다면 연(年)을 원(元)으로 삼고 월(月)을 형(亨)으로 삼고 일(日)을 이(利)로 삼고 시(時)를 정(貞)으로 삼으니, 연월(年月)이 좋으면 앞의 반평생이 길하고 일시(日時)가 좋으면 뒤의 반평생이 길하다.
대운(大運)으로써 본다면 처음 15년을 원(元)으로 삼고 다음 15년을 형(亨)으로 삼고 중간 15년을 이(利)로 삼고 끝의 15년을 정(貞)으로 삼으니, 원형(元亨)운이 좋으면 앞의 반평생이 길하고 이정(利貞)운이 좋으면 뒤의 반평생이 길하니 모두 정원(貞元)의 이치이다.
그러나 거기에도 정원(貞元)의 묘함이 있으니, 막다른 절벽 끝에서 살길을 만나고(절처봉생) 겨울이 다하면 봄이 오는 이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수명이 끝나더라도 죽은 뒤에 오는 운이 좋으면 그 집안은 반드시 일어나며, 죽은 뒤에 오는 운이 나쁘면 그 집안은 반드시 쇠퇴하는 것이다.
부(父)를 끝인 정(貞)으로 삼고 자(子)를 처음인 원(元)으로 삼는 것은 정(貞)의 다음에 원(元)이 일어나서 생하고 생함이 멈추지 않는(생생불식) 불변의 이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