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사주명리에서 용신(用神)론의 전개
중화지기를 달성하는 핵심을 사주명리에서는 ‘용신(用神)’이라 한다. 중화는 사람 명의 길흉화복을 좌우하는 관건이지만 현실상 중화된 사주는 매우 드물고 대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게 마련이다. 이런 경우 중화를 실현하도록 역할을 하는 음양오행의 간지가 바로 용신이다. 즉 용신이란 사주팔자의 중화를 달성하는 천간․지지로서, 사주명리 체계에 있어 중화사상의 핵심 요소이다.
그래서 한국의 명리학자 박재완(朴在玩)은 “사주 중에 오행이 조화되고, 용신(用神)․병신(病神)․약신(藥神) 등의 구조가 중도(中道)를 지키고 있으면 이것을 중화(中和)라고 한다.”(박재완, 1999: 97)고 하였다. 용신이란 개념어는 이허중명서(李虛中命書)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먼저 위(천간)의 가볍고 맑은 기[陽]를 취하는 것이 용신(用神)의 복이 되고, 다음으로 아래(지지)에 있는 흐린 기[陰]를 살핀다.
용신이 사주팔자의 중화를 달성하는 방법에는 크게 여섯 가지가 있다. 첫째는 왕(旺)한 것을 억누르고 쇠(衰)한 것을 도와주는 억부법(抑扶法), 둘째는 너무 한습(寒濕)하거나 너무 조열(燥熱)할 때 데워주거나 식혀주는 조후법(調候法), 셋째는 두세 가지 세력이 기세등등하게 서로 대치할 때 이를 중간에서 화해시키는 통관법(通關法), 넷째는 말썽을 부리는 기신(忌神)인 병(病)을 약(藥)으로 제거하는 병약법(病藥法), 다섯째는 기세가 너무 왕성하거나 쇠약해서 순일(純一)한 경우 오히려 그 기세를 거스르지 않고 따르는[從] 순응법(順應法), 여섯째는 사주의 틀인 격(格)과 국(局)에 순역(順逆)으로 맞춰서 사용하는 격국법(格局法) 등이다.
옥조정진경(玉照定眞經)․옥조신응진경(玉照神應眞經)․이허중명서(李虛中命書)․낙록자부주(珞琭子賦注) 등 고법(삼명)사주 시기의 사주명리 문헌들에는 ‘중화’에 대한 언급이 보이지 않는다.
자평(신법)사주로의 전환점을 마련한 서자평(徐子平)의 낙록자삼명소식부주(珞琭子三命消息賦注)와 명통부(明通賦)에서도 ‘중화’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그렇다고 이들 문헌이 사주명리 체계에서 중화사상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겼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전체 내용을 꿰뚫는 사상은 바로 ‘중화(中和)’이다. 명통부의 “일간(日干)을 주로 하고 삼원(三元: 천간․지지․지장간)을 모두 살피고 팔자간지(八字干支)를 배합해서 명(命)을 헤아려 본다.”라는 말도 마땅히 중화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다.
남송(南宋) 말의 서대승(徐大升)은 자평삼명통변연원(子平三命通變淵源)에서 “용신은 손상되지 않아야 한다. 일간은 튼튼하고 왕성해야 가장 마땅하다. (…) 오행이 편고(偏枯)해서는 안 되고 중화의 기를 받도록 힘써야 한다.”, “무릇 사람 명의 귀함은 중화의 기를 얻어야 한다. 태과(太過)와 불급(不及)은 모두 불가하다. 그러므로 태과와 불급은 같다고 말한다.”라고 하면서 용신, 그리고 억부법에 의한 중화에 대해 언급했다.
서대승의 저술 자평삼명통변연원을 근간으로 명대(明代) 말에 간행된 연해자평(淵海子平)도 “인명의 영고(榮枯)․득실(得失)은 모두 오행의 생극(生剋) 중에 있는 것이고, 부귀빈궁도 팔자의 중화(中和) 밖에 있는 것이 아니다.”, “격국(格局) 중에서 중화의 기를 얻어 취하면 복록과 수명이 편안하고 모든 일이 마땅하게 된다.”, “오행의 귀함[貴]은 중화에 있으니 이치로써 귀함을 구할 것이지 삼가 구차하게 말하지 말라.”고 하면서 중화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억부법에 의한 중화에 관해 많은 언급을 하였다.
강한 금(金)이 수(水)를 만나면 그 날카로움이 꺾이고, 강한 수(水)가 목(木)을 만나면 그 기세가 새어나가고, 강한 목(木)이 화(火)를 만나면 그 완고함이 다스려지고, 강한 화(火)가 토(土)를 만나면 그 뜨거운 불길이 그치고, 강한 토(土)가 금(金)을 만나면 그 해로움이 제거된다.
너무 강하면 반드시 꺾이니 제복(制伏)되지 않으면 너그러움과 사나움이 구제되지 않으니 어찌 중화의 도를 이행할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강한 것은 길들이고 제복시키어 조화에 이르러야 복록이 연이어 따른다.
질병이란 정․신․기․혈이 주관하는 바로서 각각 손상됨을 느낄 수 있다. 몸 안으로 말하자면 오장 육부이고, 몸 밖으로 말하자면 팔다리와 몸인데, 팔자간지 오행의 생극(生剋)하는 뜻이다. 손상이 심한 것을 취하여 질병을 판단하는데, 오행간지가 태왕(太旺)․불급(不及)하면 모두 병든다.
본신이 왕하면 설(泄)하고 상(傷: 剋)해야 마땅하고, 본신이 쇠하면 도와주는[扶助] 것을 좋아한다. 중화를 품수해야 하고, 태과하거나 불급해서는 안 된다. 만약 이 법칙을 지켜서 자세히 추리하면 화복이 그림자와 메아리같이 응험할 것이다.
오행은 매우 지나쳐서는 안 되고, 팔자는 모름지기 중화를 얻어야 한다. (…) 장수는 중화를 얻었기 때문이고 요절은 편고(偏枯)하여 잃었기 때문이다.
십팔격(十八格)도 마땅히 선악을 따라 추구해야 하고, 모두 오행에 연계하여 각각 왕쇠(旺衰)와 소식(消息)을 취해야 한다. 신왕(身旺)하면 어찌 인수(印綬)의 노고를 바라겠는가? 신쇠(身衰)하면 재관(財官)을 기뻐하지 않는다. 중화(中和)는 복이 되고 편당(偏黨)은 재앙이 된다.
천시(天時)를 추리하고 지리(地利)를 관찰해서 태과(太過)와 불급(不及)을 줄이고 중화(中和)로써 취용한다.
그리고 연해자평은 조후․병약․통관․순응에 의해 중화에 이르는 방법에 관해서도 많은 내용은 아니지만 빠짐없이 각각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사주팔자의 중화를 달성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핵심 요소인 용신론은 연해자평에서 거의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후 저술들에서는 용신론이 보다 체계화․심화되는 단계를 밟는다.
본신(本身)이 여름에 태어나고 화토(火土)가 많으면 수의 구제를 만나야 중화되어 귀해진다. 수화는 원래 기제 되어야 하니, 관리․교화 되면 명리를 세상에 떨친다. 삼동(三冬)에 태어나면 수가 차갑고 금도 차가우니 화를 얻어 서로 도와주면 범상하지 않다. <조후법>
인수(印綬)가 재성(財星)을 만났는데, 재운(財運)으로 가고 또 사절지(死絶地)를 겸하면 반드시 황천에 들어간다. (그러나) 만약 비견(比肩)을 보면 (근심이) 거의 해소된다. <병약법>
이는 신약(身弱)한데 관귀(官鬼)를 만나면 物(인수)을 얻어서 관귀를 변화시키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만약 갑(甲) 일간이 관살인 금에게 손상을 당하는 경우 시상(時上)에 임계수(壬癸水) 중 하나가 있거나, 신자진(申子辰) 수국(水局)이 있어서 해결한다면 흉한 것을 길한 것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나머지도 이와 같다. <통관법>
이 격(格)은 갑을(甲乙) 일간이 지지에 인묘진(寅卯辰)이나 해묘미(亥卯未) 목국(木局)을 취하는 것으로 동북방[木水]운을 좋아하고 서방[金]운을 꺼린다. <순응법>
명대에 이르러 사주명리 체계의 철학적․형이상학적 경지를 드높이고 그 바탕을 굳게 다진 적천수(滴天髓)도 중화에 대해 언명하였다. 단지 과(過)나 불급(不及), 여(餘)나 부족(不足)이 없는 것만이 중화(中和)가 아니며, 경우에 따라서는 과․불급․여․부족도 중화가 될 수 있다면서 중화의 경지를 철학적․형이상학적으로 더욱 심화시켰다.
쇠하고 왕하는 참된 기틀을 능히 안다면 삼명(三命)의 오묘한 이치를 이미 반은 알았다고 생각한다. 중화의 올바른 이치를 이미 안다면 오행의 신묘한 이치에 온전히 능통함이 있으리라! 오기가 어그러지지 않으면 성정은 중화된다. 흐리고 어지럽고 치우치고 마르면 성정이 비뚤어진다.
오행이 중화되면 일생동안 재앙이 없다.(오행이 중화되었다 함은 온전해서 모자란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서로 생하여 극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온전한 것은 온전해야 하고, 모자란 것은 모자라야 하고, 서로 생하는 것은 생해야 하고, 서로 극하는 것은 극해야 중화인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은 일생동안 재앙이 없다)
그리고 적천수는 억부․조후․병약․통관․순응 등에 의해 중화에 이르는 방법에 대해서도 각각 언급하였다. 특히 적천수는 통관․순응에 의해 중화에 이르는 방법을 보다 체계적으로 설명하였다.
형이 온전하면 그 남는 바를 덜어내야 하고, 형이 모자라면 그 부족한 바를 보태줘야 한다.(‘形全宜損, 形缺宜補’라는 말은 서자평이 “왕하면 설(洩)하고 극(剋)해야 마땅하고, 쇠하면 도와주는 걸 기뻐한다”고 이른 말이다. 명리책이 만권이더라도 모두 이 두 구절을 벗어나지 않는다) 도에는 체와 용이 있으니 한 가지만을 갖고 논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돕거나 눌러서 그 마땅함을 얻는 데 있다.(모름지기 그 무겁고 가벼운 것을 누르거나 올려서 남거나 모자란 것이 있도록 해서는 안 된다) 사람에게는 정과 신이 있으니 한 쪽으로 치우쳐 구해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덜어내고 보태주어 그 중화를 얻는 데 있다.(모두 그 진퇴를 손익해서 지나치거나 미치지 못한 것이 있어서는 안 된다) <억부법>
하늘에는 차가움과 따뜻함이 있어 만물을 발육시킨다. 사람이 이를 얻을 때 지나쳐서는 안 된다.(기가 차가우면 따뜻함을 만나야 발달하고, 기가 따뜻하면 차가움을 만나야 달성한다) 땅에는 건조하고 습함이 있어 만물을 생성시킨다. 사람이 이를 얻을 때 치우쳐서는 안 된다. <조후법>
관문 안에 직녀가 있고 관문 밖에 견우가 있다면, 이 관문을 통하게 해서 함께 침실에 들게 하는 것이다.(천기는 하강하고자 하고 지기는 상승하고자 하니 상합․상화․상생을 원한다. 목․토에는 화가 필요하고, 화․금에는 토가 필요하고, 토․수에는 금이 필요하고, 금․목에는 수가 필요한 것은 모두 견우와 직녀의 유정함인 것이다 … 통관이란 극하고 억누르는 것을 이끌어서 통하게 하는 것이다. 이른바 음양 두 가지의 쓰임으로 그 기를 주고받는 데 오묘함이 있다) 진(震: 목)과 태(兌: 금)는 인의(仁義)의 참된 기틀을 주재하니 그 세력이 양립하지 않고 서로 이뤄줄 때 존재한다. <통관법>
따르고 거스르는 것이 하나가 아니다. 거스를 수 없다면 그 기세를 따라야 한다.(강유의 도는 순종은 가하나 거역은 불가하다. 곤륜의 물도 순종은 가하나 거역은 불가하다. 그 기세가 이미 이뤄졌다면 순종은 가하나 거역은 불가하다. 권력이 한 사람에게 있는 것도 순종은 가하나 거역은 불가하다. 두 사람이 한 마음인 것(兩氣成象)도 순종은 가하나 거역은 불가하다) <순응법>
사주명리 문헌 중 그 내용이 가장 방대한 삼명통회(三命通會)는 중화와 용신에 대해서도 매우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람 명의 길흉화복은 모름지기 중화의 기를 얻었느냐 여부에 좌우된다고 언급한다. 중화지기(中和之氣)를 타고나면 끝내 부귀․장수하고, 오행의 귀함은 중화의 이치에 있고, 제복(制伏)되고 중화된다면 편관(偏官)도 쓸 수 있다고 말하였다.
비록 무겁고 흐린 원기를 받았으나 사람이 중화(中和)하는 때에 태어나고, 왕성하고 돕는 운으로 간다면 가난한 자도 끝내는 가난하지 않고 부유하게 되며, 천한 자도 끝내는 천하지 않고 귀하게 되며, 요절할 자도 끝내는 요절하지 않고 장수하게 된다.
사람이 태어날 때 아버지에게서 기를 받고, 어머니에게서 형체를 이룬다. 오장(五臟)이 화평(和平)한 자는 질병이 없고, 극하고 다투며 태과․불급한 자는 질병이 많다. 오장이 각각 중화의 기를 얻는다면 질병이 어찌 저절로 생겨날 수 있겠는가! 사람의 사주 안팎과 위아래로 오행이 화평하면 질병이 없고, 서로 다투고 극하며 태과․불급하면 모두 질병이 된다.
화(和)란 편안하고 고요한 것이다. 만약 본신이 유약한데 오직 부성(夫星: 正官)이 하나만 있고, 사주에 충(衝)하고 파(破)하며 공격하는 신이 없고, 중화의 기를 받는다면 화(和)가 된다. (…) 복수양비(福壽兩備: 복록과 수명을 겸비)란 조화(造化)가 중화되고, 격국(格局)이 순수한 것이다. 그러면 일생을 누리면서 쓰고, 오래도록 늙지 않음이 있다.
한의학(韓醫學)은 선진․한대의 풍부한 철학 사상을 배경으로 형성된 의학이다. 그러므로 사주명리 체계의 질병론에서 중화사상을 반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삼명통회의 질병론(疾病論)에서는 중화(中和)보다 좀 더 넓은 의미의 ‘화평(和平)’이란 단어를 쓰면서 사주팔자 안의 오행이 화평하면 질병이 없다고 했다. 화평은 태과(太過)․불급(不及)이 없는 상태로서의 중화만이 아니라 사주팔자 안의 글자들이 서로 다투고(戰) 극(剋)하는 것이 없는 평화로운 상태까지를 포함한다. 유백온도 적천수 질병론에서 중화를 화평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하였다. 이 밖에도 삼명통회는 억부․조후․병약․통관․순응 등에 의해 중화에 이르는 방법에 대해서도 각각 거론하였다.
대개 조화는 중화를 가장 기뻐하며 태과․불급은 모두 길하게 되지 않는다. (무토의 경우) 사주에 갑을목이 함께 투출하면 관살혼잡이 되는데 다스려짐[制]이 없다면 오히려 천하게 된다. 만약 을목은 없고 갑목이 있는데 다스려짐이 없다면 마땅히 귀(鬼=煞)가 되는 것으로 논한다. 본신과 관살의 강약을 나누어서 그 명의 길흉요수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제복(制伏)되고 중화가 되었다면 편관(偏官)도 쓸 수 있다. 그러나 태과하면 오히려 복이 되지 못한다. 오행의 쓰임을 논할 때 많으면 태과(太過)하고, 적으면 불급(不及)한 것이다. 그 기수(氣數)가 남겨나 모자라면 모두 흉함에 이르므로 억누르거나 북돋아 줘서 중화로 돌아간 후에야 비로소 복이 된다. <억부법>
여름철의 화(火)는 양기가 극성해서 초목이 마르고, 강물도 말라버리게 된다. 비가 그치면 쇠를 녹이고 바위를 녹이므로 정말로 양기가 다 설기되어야 한다. 비가 내리면 수(水)가 그 두려움을 구제해서 비로소 중화를 얻게 된다. 그러면 오히려 그늘이 감싸줘서 발복하게 된다. <조후법>
기토(己土)가 묘미(卯未)에 앉고 묘월(卯月)에 태어났는데 천간에 을목(乙木)이 투출하면 본신(本身)이 거듭 쇠약해진다. 본래의 명을 버리고 따라가면 오히려 부귀(富貴)로 변한다. 만약 본신이 왕성해지고 (순응하는 기운을) 막는 운으로 가면 곧 재앙이 생긴다. 일간(日干)이 무기(無氣)하고 상 위에 재성(財星)이 가득하면 본래의 명을 버리고 따라가는 것이 복의 근원이다. 재관(財官)이 왕성한 운으로 가면 모두 부귀하지만 만약 뿌리를 만나 일간을 돕게 되면 오히려 재앙이 된다. <순응법>
명대 말, 장남(張楠)은 자신의 저술 명리정종(命理正宗)에서 사주팔자의 중화를 실현하는 데 있어서 병약법을 본격적으로 제시했다. 물론 연해자평과 다른 문헌들에서도 이미 병약법을 취하고 있었지만 이를 ‘병약설(病藥說)’이라고 이름붙이고 그 개념을 체계화한 것은 명리정종이 처음이다. 그러나 그동안 억부법과 별다르지 않게 설명되고 있는 병약법에는 논리적 모순이 발견된다.
무엇을 병(病)이라 하는가? 팔자 중에 원래 있는 해(害)가 되는 신이다. 무엇을 약이라 하는가? 팔자에 원래 해가 되는 글자가 있다면 그 글자를 제거하는 한 글자를 말한다. (…) 가령 사람의 사주팔자가 전부 토(土)로 되어있다면 수일간(水日干)은 살(殺)이 중하여 신경(身輕)하게 되고, 금일간(金日干)은 토(土)가 두터워서 매금(埋金)하게 되고, 화일간(火日干)은 화(火)가 어두워져 무광(無光)하게 되고, 목일간(木日干)은 재(財)가 많아서 신약(身弱)하게 되고, 토일간(土日干)은 비견(比肩)이 태중(太重)하게 되니, 이 모든 격에서 토가 병이 되므로 전부 목이 의약(醫藥)이 되어 그 병을 제거하는 것을 기뻐한다. 가령 식신․상관이 용신이면 인수가 병이므로 재성이 약으로 반갑다. 만약 본신(本身)에 병이 중한데 약이 적거나, 본신에 병이 가벼운데 약이 중한 경우에는 운에서 그 중화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 <병약법>
장남의 설명대로 만일 사주팔자에 토(土)가 매우 많다면 토가 그 사주에서 해가 되는 병이며, 목이 그 병을 제거하는 약이 된다는 게 병약설의 요지이다. 그런데 이는 식상(食傷)이 용신이면 인수(印綬)가 병이 되므로 재성(財星)이 약으로 반갑다는 뒤의 설명과 모순된다. 그 원인은 장남의 병약법도 중화를 목적으로 하긴 하지만 중화의 초점이 사주의 주인공인 일간이 아니라 오히려 일간의 신하인 용신에 맞춰져 있어 주객이 전도되었다는 데 있다.
청대 여춘태(余春台)가 간행한 궁통보감(窮通寶鑑)은 조후법을 위주로 하고 억부법을 참작하여 중화를 이루는 용신을 정하는 데 가장 근간이 되는 내용들을 제시하였다(유경진, 2008: 30-31). 진지린(陳之遴)은 명리약언(命理約言)에서 억부법을 통해 중화를 이루는 용신에 대해 처음으로 체계적인 정의를 내렸다.
목이 봄에 나면 한기가 아직 남아 있으니 화로서 따뜻하게 하는 것이 좋다. 그러면 굽고 엉클어질 염려가 없다. (…) 여름철의 목은 뿌리가 마르고 잎도 마르니 굽었던 것이 곧아지고 펴진다. 수가 성함을 얻어서 촉촉하게 하는 공을 이루고자하니 참으로 (수가) 적을 수 없다. <조후법>
명(命)은 용신이 아주 중요한데 용신을 보는 법은 억부(抑扶)에 불과할 뿐이다. 약한 것은 도와야 마땅하므로 도우는 것이 곧 용신이다. 도우는 것이 지나치면 그 도우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 용신이다. 도우는 것이 모자라면 그 도우는 것을 돕는 것이 용신이다. 강한 것은 억제해야 마땅하므로 억제하는 것이 곧 용신이다. 억제하는 것이 지나치면 그 억제하는 것을 억제하는 것이 용신이다. 억제하는 것이 모자라면 그 억제하는 것을 돕는 것이 용신이다. <억부법>
서대승의 저술을 위주로 한 연해자평, 장남의 명리정종, 만민영의 삼명통회 등에서는 사주의 단편적인 특징을 위주로 많은 격(格)을 다루었다. 적천수는 종격(從格)과 화격(化格)에 대해서 주로 설명하였다. 진지린의 명리약언은 잡격(雜格)을 완전히 배제하고 오로지 십정격과 종격, 화격만 설명하였다(김만태, 2022: 377).
10세기 중반 자평사주의 기원을 열었던 서자평은 명통부 첫머리에서 “월지(月支)를 기준으로 삼아 사시(四時)를 나누고 오행소식(五行消息)을 일으켜서 운(運)을 논한다.”라고 했다. 이는 월령(月令)을 중심으로 대운(大運)이 나아가고 격국을 정하는 현대 사주명리와 일치한다. 그리고 “관(官)이 왕성함을 향하면 성공하고, 격국에 들어서면 귀함에 이른다. 관인재식(官印財食)은 길신(吉神)이므로 평온하게 진정되면 경사에 이르고, 살상효패(煞傷梟敗)는 흉신(凶神)이므로 바꾸어서 사용해야 복이 된다.”라고 했다.
월령을 기준으로 격(格)을 정하고, 육신(六神: 십성)을 4길신과 4흉신으로 구분하는 것이 명통부 격국 인식의 가장 핵심인데, 이는 격국의 성격(成格)과 육신의 길흉 여부를 가린 것으로 현대 사주 격국론의 기본이 되고 청대(淸代) 심효첨의 자평진전(子平眞詮)으로 계승되었다(김만태, 2011: 308). 심효첨의 자평진전은 4길신과 4흉신으로 격을 구별하고 이에 따라 격과 용신을 정하는 원리를 설명하였다. 그리고 격은 월지(月支)를 위주로 하고, 용신은 격의 길흉에 따라 순역(順逆)해서 적용한다고 했다(김만태, 2022: 377).
음양오행의 생극제화(生剋制化)로 사람이 타고난 사주팔자의 상호 관계를 해석하여 운명의 길흉화복을 판단하는 추론체계는 사주명리의 근간으로서, 사주를 저울(秤)에 비유했던 삼명통회에서 보듯이 사주팔자 안의 음양오행의 균형(均衡), 곧 중화 여부가 사람 운명의 길흉화복을 좌우한다. 그래서 자평사주에서는 사주팔자의 중화를 실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음양오행의 간지인 용신을 통해 중화사상을 받아들였으며, 용신을 사주팔자의 길흉화복을 결정짓는 가장 큰 관건으로 인식한다.
Ⅳ. 맺음말
사주명리의 현대적 의미를 갖는 자평사주에서는 사주를 저울[秤]로 비유한다. 그러므로 사주는 저울이 균형을 이루는 모습인 평형의 상태를 지향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사주 안에서 음양오행과 한난조습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상태인 중화(中和)로 표현된다. 그렇게 될 경우 그 사주는 마침내 부귀하고 무병장수하게 된다고 본다. 중화지기를 달성하는 관건이 사주명리에서는 ‘용신(用神)’이다. 사주명리의 사상적 기반인 중화와 이를 실현하려는 용신의 취용은 시대 환경이 급격하게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변화가 없다.
그만큼 용신이란 사주의 전체 짜임새(격국)를 바탕으로 사주의 길흉화복을 좌우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오행(五行)이나 간지(干支)이다. 즉 타고난 사주팔자에서 음양오행의 중화지기를 달성하는 핵심 요소가 바로 용신이다. 그래서 사주명리에 있어 용신을 파악하는 일은 가장 중요한 일로서 대개 용신을 가려내는 데는 격국에 대한 분별을 먼저 명확히 해두는 것이 필요하다(박재완, 1999: 88).
사주의 격국을 파악하고 나면 그에 맞는 용신을 정하게 되는데, 지금까지 살펴본 용신론의 전개과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억부용신: 연해자평․명리약언. ② 조후용신: 궁통보감. ③ 병약용신: 명리정종. ④ 통관․순응(종왕)용신: 적천수. ⑤ 격국(순역)용신: 명통부․자평진전 위주 등이다.
본 논문에서 살펴본 사주명리에서 가장 핵심인 중화사상의 적용과 용신론의 전개를 통해 사주명리학이 학술적인 체계를 갖추는데 진일보하여 복잡다단한 가운데도 늘 희망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삶을 보다 평안하고 행복하게 영위하는 데 더욱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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