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이 소재이면서도 전쟁 장면이 전혀 나오지 않는 올리버 스톤 감독의 전쟁 영화 ≪하늘과 땅≫(1993)의 에필로그에 나오는 다음 표현은 음양론이 사람의 운명론과 일정한 연관성을 맺고 있음을 간결하면서도 분명하게 잘 나타내고 있다.
“난 영원히 두 세계 사이에 있을 것이다. 남과 북, 동과 서, 평화와 전쟁, 베트남과 미국,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것이 나의 운명이다. 운명을 거부하면 고통받고 받아들여질 땐 행복하다.”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영원한 두 세계인 남과 북, 동과 서, 평화와 전쟁, 베트남과 미국, 하늘과 땅 등은 바로 음양의 특성을 함축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 상례 풍속에 부모나 조부모가 돌아가셔서 초상을 치를 때 남자 상제는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여자 상제는 버드나무 지팡이를 짚는다. 대나무는 강건한 남성을 상징하고 버드나무는 유순한 여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대나무는 강건하지만 한번 잘리면 다시는 새싹을 틔우지 못하는 반면, 버드나무는 비록 연약하지만 아무리 잘라도 다시 새싹이 움튼다. 그래서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에도 음양의 이치가 담겨 있다.
≪성경≫ 창세기의 첫 구절에 나오는 천지창조에 관한 이야기도 그 표현만 다를 뿐 음양의 이치로 만물이 생성되었다는 자연의 섭리를 말하고 있다. 하나님이 인간 이전에 가장 먼저 창조한 하늘과 땅, 빛과 어둠은 결국 음양의 개념으로 귀결된다.
“한 처음에 하나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내셨다. 땅은 아직 모양을 갖추지 않고 아무것도 생기지 않았는데, 어둠이 깊은 물 위에 뒤덮여 있었고 그 물 위에 하나님의 기운이 휘돌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겨났다. 그 빛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다. 하나님께서는 빛과 어둠을 나누시고 빛을 낮이라, 어둠을 밤이라 부르셨다. 이렇게 첫날이 밤, 낮 하루가 지났다.”
≪성경전서≫ 창세기
중국문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은 제주도에서 구전(口傳)해오는 우리 민족 고유의 ≪천지개벽≫ 신화에서도 태초의 혼돈 상태에서 음양이 태동하여 만물이 생겨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태초 이전에는 천지가 뒤섞여 하늘과 땅의 구별이 없는 어둠의 혼돈 상태였다. 이런 혼돈에서 하늘과 땅이 갈라져서 천지가 개벽하게 되었는데, 하늘에서 아침 이슬이 내리고, 땅에서 물 이슬이 솟아나서 음양이 상통하여 개벽이 시작하였다.”
제주도 구전 ≪천지개벽≫ 신화
두 인용문 내용의 유사성을 통해볼 때 음양 관념은 동서양을 막론한 인류의 보편적 세계관임을 알 수 있다.
애플의 인텔 칩셋(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