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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양, 고정된 흑백이 아닌 상생의 조화
2025.09.11 06:48
작성자 : 김만태교수    메일 : ware4u@hanmail.net 조회 : 3,043  



둘 다섯의 조화 ― 음양과 오행

음양, 고정된 흑백이 아닌 상생의 조화


음양(陰陽)은 본래 특별한 의미가 없는 평범한 개념이었다. 인류가 몽매한 상태에서 벗어나면서 처음 발견한 것은 바로 낮과 밤, 양달과 응달처럼 서로 대응하고 있는 자연현상이었다. 이는 아주 오래되고 소박한 최초의 음양관념을 형성하게 되는데, 이 당시의 음양 관념은 기껏해야 양은 따뜻하고 밝으며, 음은 서늘하고 어둡다는 정도의 의미에 지나지 않았다.


음양(陰陽)의 문자적 의미를 살펴보면 陰(그늘 음)과 陽(볕 양)은 모두 회의(會意) 문자이다. 陰(음)자는 ‘그늘’이나 ‘응달’, ‘음기’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陰자는 阜(阝:언덕 부)자와 今(이제 금)자, 云(구름 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今(이제 금)자는 뜻과는 관계없이 ‘금→음’으로의 발음역할만을 하고 있다. 큰 언덕과 구름은 햇볕을 차단해 그늘을 만든다. 그래서 陰자는 그늘을 만들어 내던 구름과 언덕을 응용해 ‘그늘’을 표현했다.


陽(양)자는 ‘양달’이나 ‘볕’, ‘낮’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陽자는 阜(阝:언덕 부)자와 昜(볕 양)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昜(볕 양)자는 햇볕이 제단 위를 비추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볕’이라는 뜻이 있다. 여기에 阜(언덕 부)자까지 결합한 陽자는 태양이 제단과 주변을 밝게 비추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인지가 발달하고 지식이 늘어감에 따라 ‘그늘과 햇볕’과 같은 이러한 대응의 짝을 더욱 연상하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하늘과 땅, 암컷과 수컷, 삶과 죽음 등등 세상은 온통 이런 대응의 짝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전국시대(B.C.403~221) 무렵부터 음양 관념은 점차 복잡해지고 자연적 속성에서 추상적 사유로 변화되어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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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늘과 땅≫(1993)

베트남 전쟁이 소재이면서도 전쟁 장면이 전혀 나오지 않는 올리버 스톤 감독의 전쟁 영화 ≪하늘과 땅≫(1993)의 에필로그에 나오는 다음 표현은 음양론이 사람의 운명론과 일정한 연관성을 맺고 있음을 간결하면서도 분명하게 잘 나타내고 있다.


“난 영원히 두 세계 사이에 있을 것이다. 남과 북, 동과 서, 평화와 전쟁, 베트남과 미국,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것이 나의 운명이다. 운명을 거부하면 고통받고 받아들여질 땐 행복하다.”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영원한 두 세계인 남과 북, 동과 서, 평화와 전쟁, 베트남과 미국, 하늘과 땅 등은 바로 음양의 특성을 함축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 상례 풍속에 부모나 조부모가 돌아가셔서 초상을 치를 때 남자 상제는 대나무 지팡이를 짚고 여자 상제는 버드나무 지팡이를 짚는다. 대나무는 강건한 남성을 상징하고 버드나무는 유순한 여성을 상징하는 것이다. 대나무는 강건하지만 한번 잘리면 다시는 새싹을 틔우지 못하는 반면, 버드나무는 비록 연약하지만 아무리 잘라도 다시 새싹이 움튼다. 그래서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에도 음양의 이치가 담겨 있다.


≪성경≫ 창세기의 첫 구절에 나오는 천지창조에 관한 이야기도 그 표현만 다를 뿐 음양의 이치로 만물이 생성되었다는 자연의 섭리를 말하고 있다. 하나님이 인간 이전에 가장 먼저 창조한 하늘과 땅, 빛과 어둠은 결국 음양의 개념으로 귀결된다.


“한 처음에 하나님께서 하늘과 땅을 지어내셨다. 땅은 아직 모양을 갖추지 않고 아무것도 생기지 않았는데, 어둠이 깊은 물 위에 뒤덮여 있었고 그 물 위에 하나님의 기운이 휘돌고 있었다. 하나님께서 “빛이 생겨라!” 하시자 빛이 생겨났다. 그 빛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다. 하나님께서는 빛과 어둠을 나누시고 빛을 낮이라, 어둠을 밤이라 부르셨다. 이렇게 첫날이 밤, 낮 하루가 지났다.”

≪성경전서≫ 창세기


중국문화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은 제주도에서 구전(口傳)해오는 우리 민족 고유의 ≪천지개벽≫ 신화에서도 태초의 혼돈 상태에서 음양이 태동하여 만물이 생겨나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태초 이전에는 천지가 뒤섞여 하늘과 땅의 구별이 없는 어둠의 혼돈 상태였다. 이런 혼돈에서 하늘과 땅이 갈라져서 천지가 개벽하게 되었는데, 하늘에서 아침 이슬이 내리고, 땅에서 물 이슬이 솟아나서 음양이 상통하여 개벽이 시작하였다.”

제주도 구전 ≪천지개벽≫ 신화


두 인용문 내용의 유사성을 통해볼 때 음양 관념은 동서양을 막론한 인류의 보편적 세계관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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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인텔 칩셋(2003)

시계 반대 방향(좌선․左旋)으로 도는 양(陽)의 기운과 시계 방향(우선․右旋)으로 도는 음(陰)의 기운이 만들어 내는 음양의 운동성은 지구의 자전으로 인한 별의 일주(日週) 운동과 태극(太極)의 모습에 잘 나타나 있다. 이는 북반구의 우리가 북극성을 바라보며 하늘을 쳐다보았을 때 하늘이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도는 것과도 일치한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인텔 칩셋의) 태극 문양에서 위의 양은 왼쪽, 아래의 음은 오른쪽에 그 운동 중심이 놓여 있는 것이 양좌음우(陽左陰右)․남좌여우(男左女右)가 생성된 기본 원리이다. 한가운데의 작은 원은 북극성이다.

이것은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이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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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남면(天子南面) 사방과 사계절

사계절을 사방에 안배하면 봄 여름의 동쪽과 남쪽은 양(陽)의 방향이고, 가을 겨울의 서쪽과 북쪽은 음(陰)의 방향이다. 사람이 북쪽에 앉아 남쪽을 향하면 해가 뜨는 동쪽인 왼쪽(좌)은 양(남)이고, 해가 지는 서쪽인 오른쪽(우)은 음(여)이다.

이것은 해당하는 본인이 기준이 된다.


그래서 우리 민속(民俗)․수상(手相)․풍수(風水) 등에서도 ‘남좌여우(男左女右)’라고 해서 왼쪽은 양이고 오른쪽은 음이라 하여 남자는 왼쪽이 소중하고 여자는 오른쪽이 소중함을 이르는 말도 이 같은 음양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수상(손금)을 볼 때 남자는 왼손을, 여자는 오른손을 위주로 본다. 그리고 평상시 절을 할 때도 남자는 왼손이 위로 가도록 두 손을 포개고,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가도록 두 손을 포갠다. 그러나 상장례와 같은 흉사 때는 반대로 포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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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에서는 주례의 왼쪽(양)에 신랑이 서고 오른쪽(음)에 신부가 선다. 그러나 부부가 죽어서 분묘를 조성할 때는 망자를 기준으로 남편은 오른쪽(음)에 안장하고, 아내는 왼쪽(양)에 안장한다.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는 묘소나 집터의 좌향(坐向)이 기준이다. 좌향은 묏자리나 집터의 등진 방위에서 정면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좌(坐)는 머리쪽이고, 향(向)은 다리쪽이다.

풍수지리에서는 산과 물을 기준으로 음양을 구분하는데, 높낮이를 기준으로 하면 산이 높으므로 양이고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므로 음이다. 하지만 움직임을 기준으로 하면 산은 움직이지 않으므로 음이고 물은 계속 흘러가므로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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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문양, 무궁화와 봉황

양좌음우(陽左陰右)의 같은 원리로 대통령 문양에서 수컷인 봉(鳳)과 암컷인 황(凰)을 구별해 볼 수도 있다. 대통령이 문양을 배경으로 앉은 경우 대통령의 왼쪽(양)이 수컷(봉), 오른쪽(좌)이 암컷(황)이다. 그러므로 문양을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에서는 오른쪽이 수컷(봉), 왼쪽이 암컷(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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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오봉병(日月五峰屛), 조선시대

일월오봉병(日月五峰屛)은 해와 달과 곤륜산(崑崙山)을 주제로 한 그림으로 조선의 임금이 앉는 용상(龍床)의 배경을 장식하던 병풍이다. 해와 달은 왕과 왕비를 상징하며, 다섯 개의 산봉우리로 표현된 곤륜산은 왕이 다스리는 국토를 상징한다. 동시에 해와 달은 음양, 다섯 개의 산봉우리는 오행[木火土金水]을 의미하는 것으로 세상만물의 질서를 통해 국가와 왕실의 영원한 번영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왕을 상징하는 해(양)는 용상에 앉은 왕의 왼쪽에, 왕비를 상징하는 달(음)은 용상에 앉은 왕의 오른쪽에 위치하는 것도 바로 양좌음우(陽左陰右)의 이치이다.


사람의 등[背]은 양이고 배[腹]는 음이다. 구부리면 사람의 등은 펴지면서 하늘을 향하고 배는 웅크려지면서 땅을 향하기 때문이다. 동물들도 등은 위에 있으면서 하늘을 향하고 배는 아래에 있으면서 땅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뒤의 관점으로 본다면 사람의 등은 뒤에 있으므로 음이고 배는 앞에 있으므로 양이라고 할 수도 있다.


손등(손톱)은 양이고 손바닥(지문)은 음이다. 대개 손등은 위로 손바닥은 아래로 향하고, 손등은 펼쳐지고 손바닥은 웅크려지고, 손등은 자라나는 손톱이 있고 손바닥은 변하지 않은 지문이 있는 곳이므로 손등(손톱)은 양이고 손바닥(지문)은 음이다. 그러나 하는 일의 양과 운동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손등보다 손바닥이 하는 일이 훨씬 많고 움켜쥐면서 운동성도 뛰어나므로 손등이 음, 손바닥이 양으로 음양이 뒤바뀐다.


문은 양이고 문틀은 음이다. 운동성 관점에서 문은 움직이고 문틀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초침은 양이고 시침은 음이다. 초침은 빠르게 움직이고 시침은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을 재는 크기로 보면 초침은 작고 시침은 크므로 오히려 초침이 음이 되고 시침은 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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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의 일주운동

음양은 흑백의 논리처럼 고정된 절대의 세계가 아니라 마주 보는 대상과 함께 어우러져 작용하는 상대의 세계이다. 이를 도형으로 나타내면 파이를 자른 모양(◐◒◕)이 아니라 태극 문양이다. 낮과 밤이 늘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낮이 지나면 밤이 되고, 밤이 지나면 아침이 찾아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즉 음 속에 양이 있고 양 속에 음이 있으며, 음이 지극하면 양이 되고(陰極陽生) 양이 지극하면 음이 되는(陽極陰生) 것이다. 그러므로 음양의 세계에서는 근본적으로 좋고 나쁨의 구별이 없는 상화(相和)의 세계가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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