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삶은 질량과 중력 등 몇 가지 요인만으로도 그 움직임을 미리 알 수 있는 쇠구슬이나 야구공이 결코 아니다.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인간사는 수많은 요인이 얽히고설켜서 만들어지는 비선형계(非線型界, nonlinear system)이자 복잡계(複雜界, complex system)이다. 근본적으로 인간 삶의 조건은 불완전하며 모자라고 부족하다. 이런 세상 속에서 인간은 자신의 운명에 대해 고뇌하며 운명 인식을 싹 틔우게 된다.
사주(팔자)가 삶의 길흉화복의 향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유일한 요인은 결코 아니다. 시대 상황이 복잡해질수록 인생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들도 점차 많아지고, 그로 인해 우연성과 불확실성도 점층 높아진다. 그런즉 현시점에서 미래 운명에 대해 정확한 예측을 한다는 것도 점점 어려워진다. 그러나 인생의 향방과 성패가 사주(팔자)에 중요한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수용하고서 이후 삶의 궤적(전공․직업․배우자 등)에 대한 정보를 추가한다면 엄밀하게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할지라도 확률적으로 상당한 가능성은 충분히 제시할 수 있다.
어느 장소(공간)에서 어떤 사주(시간)를 갖고 태어나느냐, 같은 사주라도 어떤 부모(인간)에게서 태어나느냐, 같은 사주, 같은 부모일지라도 어떤 전공을 하고 어느 대학을 진학하느냐, 어떤 배우자와 동료를 만나느냐 등등 거의 동등한 조건으로 인생을 출발한 두 사람이 미묘한 초기 조건의 차이 때문에 그 후의 인생 행로가 각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그런 비선형적이며 무작위적인 모습 가운데도 일정한 질서가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나비효과’의 창시자인 로렌츠(Edward N. Lorenz, 1917-2008)는 카오스적이라 생각되는 현상에는 인생 행로의 다양한 변화와 흥망성쇠와 같은 현상도 포함된다고 말하였다.
김만태 교수는 이를 사주명리의 운명함수(Fate function)라고 하였다.
카오스(Chaos): 혼돈 속의 질서
카오스(Chaos)는 본래 코스모스(Cosmos)의 상대말로서, 천지창조 이전의 완전한 무질서·혼돈을 의미하는 고대 그리스어에서 비롯되었다. 카오스의 어원은 그리스어 khaos이며, 이 말은 '크게 벌린 입'이라는 뜻이었다. 마치 무엇이나 삼켜버린다는 블랙홀과 같은 이미지를 자아내는 낱말이다.
카오스가 처음 학술용어로 사용된 것은 1975년 미국 메릴랜드 대학의 수학자 제임스 요크(James A. Yorke)와 그의 제자 이천암(Tien-Yien Li, 중국)이 「주기 3은 카오스를 내포한다(Period Three Implies Chaos)」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부터이다. 이후 현대과학의 카오스는 겉으로는 무질서하게 보이지만 안으로는 놀라운 규칙성을 갖고 있는 현상을 말하게 되었다.
고대 종교적 언어에서 사용되는 혼돈(Chaos)은 우주적 질서(Cosmos)를 위협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혼돈에서 질서가 생겨났으며 그것은 다시 혼돈에 빠질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본다. 그러나 물리학적인 혼돈이란 좋고 나쁘다는 가치개념을 초월하여 필연적으로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지칭하는 우연성(偶然性, contingency)의 개념에 가까우며, 정돈되고 정확하게 사전에 예측할 수 있는 현상에 대한 반대 개념으로서 생겨났다.
우리 주변에는 흩어지고 모이는 구름의 형상, 끓는 물의 운동, 예측하기 힘든 기상의 변화처럼 그 양상이 매우 복잡한 현상들을 흔히 관찰할 수 있다. 이러한 양상들은 너무 복잡하고 불규칙적이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17세기 이후 확립된 뉴턴 역학에 의하여 비로소 사람들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이 신(神)의 의지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며 질서정연한 자연 법칙에 의해 필연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후 과학자들은 뉴턴 역학으로 자연의 모든 문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믿게 되었다.
그들은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은 정확히 역학법칙에 따라 운행되고 있으므로 어떤 순간의 상태를 정확히 알면 다음 순간에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이런 생각을 결정론적 인과율이라고 한다.
결정론적 인과율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필요한 것은 자연을 지배하는 법칙과 그 법칙에 따라 분석하는 도구인 수학, 그리고 시작점의 초기 조건뿐이었다. 자연은 이 세 가지가 결정되면 자연 법칙에 의해 예정된 대로 질서정연하며 정확하게 운행되어 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결국 자연의 모든 현상에는 조금의 예외도 없는 완전한 질서가 내재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때로 혼란스럽고 무질서해 보이는 현상이 있긴 하지만 그것은 자연이 무질서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자연을 분석하는 인간의 능력이 모자라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이러한 결정론에 의하여 같은 초기 조건에서 출발한 우주는 단 하나의 결과 밖에 가져올 수 없으므로 우주가 처음부터 새로 시작된다고 해도 초기 조건이 같다면 모든 일들이 그대로 재연될 것이라고 했다. 근대 과학자들은 자연과 질서에 대한 이런 설명에 만족해왔다.
그러나 이런 생각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이런 변화의 조짐은 일찍부터 여러 분야에서 감지되었지만 자연 과학의 흐름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컴퓨터의 이용이 본격화되면서 그때까지 과학자들이 다룰 수 없었던 방정식을 다룰 수 있게 되자 자연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던 것과는 또 다른 여러 가지 현상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일에 계기를 제공한 사람은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Edward N. Lorenz)였다. 로렌츠는 1961년 다양한 기상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기상 모델을 찾으려고 노력하였다. 그는 기상현상을 흉내 내는 간단한 모형으로 세 개의 변수와 세 개의 방정식으로 이루어진 연립미분방정식을 만들었다. 그리고 초보적인 컴퓨터를 이용하여 이 방정식을 풀려고 시도하였다.
이 방정식의 해(解)는 계수의 값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어떤 계수의 값에서는 해가 매우 불규칙한 결과를 나타낸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런 결과로부터 로렌츠는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몇 가지 발견하였다.
우선 우리가 혼돈이라고 부르는 복잡한 현상이 매우 간단한 식으로부터 나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과학자들은 혼돈 현상은 매우 복잡한 식으로만 나타내질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이런 현상을 다루기를 꺼려 왔던 것이다. 그런데 간단한 방정식으로부터 혼돈 현상이 나타난 것이었다. 그것은 과학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고 혼돈과 질서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는 사건이었다. 그것은 또한 우리 주위에 있는 복잡한 현상들을 간단한 방법으로 다룰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로렌츠가 또 하나 알게 된 것은 이 방정식들의 해(解)가 초기 조건에 매우 민감하게 의존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조금만 다른 조건에서 시작해도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었다. 초기 조건이 조금 다를 경우 처음 얼마 동안에는 비슷한 운동을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그 차이가 증폭되어 긴 시간이 흐른 후에는 전혀 다른 운동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담배 연기가 처음에는 고르게 피어오르다가 조금 더 올라가면 어지럽게 흩어지는 현상도 그 예이다.
이렇게 결과가 초기 조건에 민감하게 의존하는 현상을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라고 부른다. 이 말은 뉴욕 센트럴 파크의 나비 한 마리의 작은 날갯짓이 다음 해에 중국에 태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는 비유에서 유래되었다. 나비효과는 실제 자연의 운동을 나타내는 방정식에 비선형(非線形) 항으로 항상 들어 있게 마련이지만 뉴턴 역학에서는 이런 항을 무시하거나 풀이가 쉬운 다른 항으로 바꾸어서 문제를 풀어왔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비교한 것은 처음 얼마동안 거의 일치하는 해(解)였던 것이었다.
로렌츠가 알게 된 또 하나의 사실은 그가 얻은 방정식의 복잡한 해를 x, y, z축으로 이루어진 위상공간(位相空間)이라고 하는 새로운 좌표계에 그려보면 매우 복잡하지만 일정한 규칙성을 지니는 기하학적 구조로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이 기하학적 구조는 나비모양 또는 올빼미의 머리모양을 한 '이상한 끌개(Strange Attractor)'로서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원, 삼각형, 사각형과 같은 형태를 갖지 않았으므로 지금까지의 전통 기하학적 분석방법과는 다른 방법을 사용하여야 했다.
그런데 이런 기하학적 구조가 이미 자연계에서 널리 존재한다는 사실이 속속 발견되었다. '이상한 끌개'라고 하는 이런 기하학적 구조는 바로 카오스 안에 존재하는 질서 구조로서 프랙탈(Fractal)이라고 부른다. 카오스가 복잡한 운동의 동적인 측면이라면 이상한 끌개, 즉 프랙탈은 그 복잡성의 정적·기하학적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로렌츠의 이러한 발견은 혼돈 현상을 해석하는 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였으며 자연과 인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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