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리말
당장의 앞날이 궁금해 사주를 보러 다니는 한국인의 삶의 행태는 사회적으로 끊임없이 신랄한 비난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주명리(四柱命理) 풍속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단지 사주를 보는 외양만 시대환경에 따라 달라졌을 뿐이다.
요즘 AI에게 사주팔자를 물어보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사주명리에 대한 사람들의 잠재된 원초적 욕구를 잘 보여 주는 현상이다.
1990년대 접어들며, 새로운 네트워크 서비스 모델이 빠르게 자리를 잡으며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가 공존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통해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는 딥러닝(Deep Learning)의 밑거름이 되었고, 이미지 분류 등 여러 영역에서 심층 신경망 모델은 비약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이때부터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의 딥러닝 시대로 접어들었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하면서 전 세계적인 AI 열풍을 일으켰고, AI 제작에 필수적인 GPU(Graphic Processing Unit, 그래픽 처리 장치) 시장이 급부상했고, 2023년 3월 구글은 새로운 대화형 생성형 AI 제미나이(Gemini)를 출시했다.
AI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의 기술혁신은 생산성 향상, 효율성 증대, 편의성 제공 등 경제의 생산성에 기여하고 있지만, 동시에 일자리 감소, 소득 불평등 심화, 새로운 기술 적응에 대한 어려움 등 부작용도 발생한다.
2026년 1월 기준 챗GPT 사용자 수는 약 8억 1,300만 명으로, 전 세계 수억 명의 사람들이 매일 챗GPT와 대화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챗GPT의 성공 스토리는 단순히 잘나가는 기업 하나가 추가된 사건이 아니다. 이는 인류의 지식 생산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기술의 역사는 인류의 장벽을 허물어 왔다. 인터넷은 정보의 장벽을 허물었고, 스마트폰은 공간의 장벽을 허물었으며, AI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실행의 장벽을 허물고 있다.
그러나 AI는 축복을 가장한 저주가 될 수 있다. 정보 접근성 차이로 노년층과 취약계층이 소외된다. 생산성은 급하게 올라가지만 부는 소수에게 집중될 수 있다. 기술은 갈수록 복잡해져 보통 사람이 이해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최고의 AI를 개발할 수 있는 곳은 극히 소수의 회사들이다. 그래서 전 국민의 AI 리터러시(Literacy)가 긴요해진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가 발간한 ‘AI 인덱스 2026'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개발한 ‘주목할 만한 AI 모델' 수는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랐다. 특히 인구 10만 명당 AI 특허 등록 건수는 14.31건으로 2년 연속 세계 정상을 지켰다.
21세기 초현대사회는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의 폭발적 발전과 글로벌 네트워크의 심화로 특징지어지는 시대이다. ICT 인프라가 초연결 사회의 혈관이라면, 인공지능(AI)은 그 혈관을 흐르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행동을 결정하는 두뇌 역할을 하고 있다.
21세기 초현대사회에서 인공지능은 단순한 기술적 도구를 넘어, 사회·경제 질서의 판도를 뒤바꾸는 대전환의 결정적 주도 역할을 하며 그 파급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20세기와 달리 지식과 정보가 가치 창출의 핵심이 되며, 모든 것이 연결되는 '초연결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의 가속화로 사회 전반의 변화 속도가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우리의 사고방식과 세계관도 대중매체와 디지털 플랫폼에 의해 정형화되고 있다.
물질적 풍요를 넘어 정신적 가치와 개인의 행복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그러나 1인 가구의 증가와 세대 간 격차, 상위 1%와 99%로 상징되는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있다. 사람의 가치가 외면되면서 삶의 무력감, 무의미, 고립감 등 인간 소외 현상도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또한 현대사회의 지정학적 리스크는 단기적·돌발적 변수를 넘어 글로벌 경제 질서의 판도를 바꾸는 구조적이고 영구적인 상시 위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갈등이 국지적 영향에 그쳤으나, 현재는 공급망 파편화, 기술 패권 경쟁, 자원 무기화가 맞물리며 전 세계 비즈니스 환경을 흔들고 있다.
그리고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로 탄소중립이 가장 시급한 상황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혁신적인 기후테크(Climate Tech)는 매년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심한 현기증이 나는 듯한 AI 주도의 초현대사회로의 과정에서 인간 삶의 본질과 그 이치를 연구하는 명리학(命理學)이 가지는 학술적 본질과 그 가치를 통해, 명리학이 앞으로 인간 삶의 질(QoL)과 행복 증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 그 시대적 위상과 의미를 점검해보고자 한다.
* 본 연구 주제와 관련한 선행연구로는 이영은의 「생성형 인공지능의 명리 해석 양상과 한계: ChatGPT·Gemini·Claude·DeepSeek을 중심으로」(한류문화연구 6(2), 한국한류문화학회, 2026)가 유일하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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